1. 단통법에도 통신비 안줄고 마트 휴업도 골목상권 못살려
부실 입법의 문제는 '악법도 법'이라 한번 만들어지고 나면 아무리 엉터리 법이라 하더라도 돌이키기가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한번 잘못 만들어진 법은 두고두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2014년 10월 도입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이 1일 10주년을 맞았다. 19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통신비 절갑을 명분으로 법을 만들었는데, 법 시행 이후 가계 통신비는 오히려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가계 총통신비는 월평균 14만 7725원이었다. 단말기 구입비가 포함된 통신장비 구입비는 월평균 2만 2627원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올해 2분기 월평균 가계 총통신비는 15만 5107원으로 늘었다. 월평균 통신장비 구입비도 2만 8942원으로 증가했다. 없느니만 못한 법이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단통법 폐지법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아직 국회는 논의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의원 입법은 사회적 영향이나 부작용,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없는 상태에서 발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국회가 법안 발의와 처리에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법안실명제 도입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뒤늦게나마 문제를 인식하고 국회가 관련 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하면 다행이지만, 법률로 이름을 올리는 순간 이를 되돌리려면 입법 절차 이상의 지난한 개정 또는 폐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많은 법률이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액 부동산 자산가를 겨냥했던 종합부동산세법은 집 한 채 가진 중산층까지 옥죄는 악법으로 비판받고 있지만 시행 19년을 넘기고 있다. 애먼 소상공인만 잡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도 8년째 시행중이다. 전세 폭등을 막겠다고 밀어붙였다가 전세시장 불안을 야기한 주택 임대차보호법도 4년째 건재하다.
2. 전국민 공인증서 강요한 법
전 국민에게 하나의 공인인증서만을 강요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8년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자서명법이 통과되면서부터다. 준비 기간을 거쳐 1999년 7월 1일 전 국민 공인인증서 사용 시대가 시작됐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지만 공인인증서법 족쇄에 국민들의 불편과 불만은 커져 갔다. 민간의 다양한 인증 수단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국회는 나서지 않았다. 카카오, 토스 등 지금은 일상이 된 민간의 다양한 인증서가 허용된 건 21년이 지난 2020년 12월부터다.
심야 시간대에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인터넷게임을 금지한 게임셧다운제는 2011년 18대 국회에서 만들어졌다. 통과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컷다. 과연 법으로 금지할만한 일인지에 대해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이 법도 2022년 폐지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한달에 두 번 공휴일에 반드시 문을 닫게 하는 유통산업발전법도 2014년 4월 도입 후 10년 이상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이었지만 효과보다는 피해가 컸다.
휴일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골목상권이 살아난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급기야 서울 서초구 등 일부 자치구와 대구시에서 조례로 휴무일을 평일로 속속 바꾸기 시작했다. 평일로 휴무일을 전환한 뒤 오히려 마트와 인근 전통시장의 동반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처럼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야당은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구호에 얽매여 폐지를 가로막고 있다.
3. 토씨 안바꾼 법안 12년째 재발의 .. 과잉입법 '도돌이표 계속
입법부의 과잉 입법은 22대 국회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임기 초반부터 역대 어느 국회보다 입법에 과속을 내고 있다. 가뜩이나 부실 입법을 양산하는 한국 국회의 후진성이 고스란히 국민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여소야대 구도가 고착화하면서 거대 야당의 입법폭주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무한 반복되는 '헛심'국회가 이어지고 있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21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등 쟁점 3법에 대해 재의요구안이 의결되면서 윤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실제 시행될 경우 국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 많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22대 국회에서 독소 조항이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섭 상대방과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손해배상 원칙에 과도한 예외를 둬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까지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원청이 수백 개의 하청 노조와 교섭을 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며 막대한 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야당이 재발의하겠다고 나선 25만원 지원법도 민생 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발의한 이 법은 국민 1인당 25만원 상당의 금액을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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